2017년 7월 백두산 여행 Joy with

게으름의 끝을 보여주며 이제야 정리하게 되는 2017년 7월의 백두산 여행입니다.
그다지 특별한 내용은 아니고 먼저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백두산을 두 번 올라가서 천지를 두 번 보고 내려왔고,
중국제 버스의 불편함에 몸서리쳤으며, 좋기도 했는데 고생도 했었습니다.

---------------------------------------------------------------------------------

2017년 1월에 5년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제철소와는 ㅃㅇㅃㅇ를 하고 나서 1월에는 홋카이도를, 2월에는 혼자서
도쿄도 주변을 휙 돌고 하면서 여행이란 여행은 다 해봤는데 희한하게 가족이 어머니 한분뿐인데도 가족여행이 거의 없었습니다.
외가(특히 이모네)식구들하고 같이 가는거야 몇 차례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3월부터 정비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되는대로 자격증도 하나 둘씩 취득하고 그러다보니 7월말~8월초에는 휴식기간이 있었는데,
뭘 할까 생각하다보니 아직 퇴직금이 조금 남아있길래

어디 가보고 싶은데 없냐고 여쭤봤습니다.

처음에는 동남아나 장가계 같은 곳을 말씀하셨는데 패키지만 드글드글한 데라고 생각해서 좀 더 찾아보시라고 하고
저는 저 나름대로 홋카이도냐 도쿄권이냐 홍콩-마카오냐 싱가포르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만

어머니의 최종결정은 백두산에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백두산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계획을 짜려니...

생각보다 중국어의 허들도 높은데다 관광비자발급 등등의 모든 과정을 다 알아서 해야합니다
하지만 이때 출발일자로 잡은 데드라인은 한달 남짓

거기에 항공권+기차 또는 버스+숙박+백두산 들어가서 입장권 및 이용권 등등의 예약진행 등등을 따지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일정도 상당히 힘겹게 늘어지게 되기에
(뇌입어에서 자유여행으로 백두산 여행한 후기 보면 대부분 중국 현지에 계신 분들이 다녀오신 후기라서 참고도 안되고;)

그냥 패키지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적으로 패키지를 택할 수 밖에 없게 된 요인은 국제운전면허증 인정이 되지 않는 국가여서 렌터카로 자체 이동이
불가능해서였습니다.

이게 그냥 기회비용이고 뭐고 아예 모르고 언어도 안 되겠다 싶은데 가는데에는 패키지가 최적이죠.
그렇게 여행예정 시기 중에서 적당한 가격에 적절한 코스로 편성된 H투어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해서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출발 당일.

아침 10시쯤 출발하기 때문에 7시 30분까지는 모여달라는 패키지상품의 안내대로 일찍 도착해서 공항에서
여행에 필요한 설명을 여행사 직원에게 전달받고 비행기의 목적지인 창춘(장춘)에 도착해서 입국수속과 관련한 설명을 받고

패키지 인원 중 1번으로 올라와있다는 이유로 제가 단체비자를 가지고 있으라며 비자를 넘겨받았습니다.
이것과 함께 일행들 명단을 같이 주는데(비자는 복사본도 추가로 줍니다.), 1번이 가장 먼저 들어가면서 비자를 제출하고
명단의 마지막 번호인 분이 나오면서 저걸 다시 받아서 챙기는 식. 원본은 맨 마지막 날 출국하면서 제출하더군요.

출발해야죠.
이번 여행은 국적기인 아시아나에서 모셔줍니다.

그렇게 북한 영공을 피해 서해를 빙 돌아가서

창춘 룽자 공항에 도착합니다.

여태껏 해외여행은 당시 기준으로 일본만 세 번 갔던(나리타 2회, 신치토세 1회 착륙;)지라 중국은 어떨까 했는데
그냥저냥 평범하고 답답한 수준이었습니다. 입국심사장에서만 한시간 반 정도는 걸려서 나왔으니까요.

어쨌든 입국심사를 무사히 통과하자마자 대기하던 현지 가이드분 두분과 만나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얼다오바이허(이도백하,二道白河)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만

동네가 대륙인지라 단체관광의 기본 이동 스케일이 괴로운 수준입니다(...)
이동경로의 대부분이 고속도로인데도 말이죠;

동북3성지역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차량통행량이 많은 편은 아니고 고속도로 상태가 좋았습니다.
도로 상태만큼은 일본보다도 괜찮았고 제한속도도 높아서(승용차 120km/h 대형차 100km/h) 인상적...

백두산은 워낙 날씨가 변덕이 심해서 천지 보기가 힘들다는 말만 많아서 현지 날씨도 안좋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쨍쨍하게 맑습니다

이쪽으로는 황사건 미세먼지건 날아오지도 않는건지 하늘에 티끌 하나 안 보이던게 인상적(...)

동북3성지역은 주로 유채나 옥수수 농사를 많이 지어서 이런 식으로 도로 양 옆으로 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고 합니다.
농사 목적은 식용보다는 수확 후에 기름 짜내는 용도로 대부분 사용한다고 설명해 주셨었죠.
중식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름이 유채기름이나 옥수수 기름이라고 했었는데
요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다보니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습니다.

다만, 동북3성지역에서 갑자기 벼를 심은 논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거긴 조선족이 사는 동네라고 합니다(...)

그래도 가다가 보면 이런 공장같은 곳도 나오고 

민가도 드문드문 보입니다

가다보니 밭이 엉망이 된 곳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가이드님의 말로는 전날까지 폭우였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날씨 운 좋을 때 온 거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사진처럼 나타나는 하천마다 엄청나게 불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타고 다녔던 이 버스...우통객차(宇通客车)라는 회사 차량인데...
중국 최대의 버스 생산회사라는 제조사에서 만들었다는 중형버스인데

시트피치가 너무 좁습니다
하체가 진동과 충격을 정말 많이 전달해줍니다

왜 선롱 듀에고가 외산 부품들로 떡칠을 하고 들어와도 별로였다는 걸 이걸로 확신을 하게 만들까요

어쨌든 피로가 누적되고 있으니 휴게소에 들립니다.
지앙미펀(江密峰, 강밀봉)휴게소라는데 어딘지 모르니 그러려니 합니다.

지하도를 통해 반대편으로 가야 된대서 뭥미 했는데 여긴 휴게소가 아니라 관공서 비슷한 거라네요

반대편에 보이는 저게 휴게소라고.

그렇게 고속도로 아래로 뚫린 지하도를 따라가니 

휴게소임
암튼 휴게소임

여기서 간단하게 현지식으로 중국에서 먹는 첫 식사이자 점심식사를 하는데
밥만 빼고 음식에서 전부 불맛이 났습니다

청경채에서도 불맛
콩나물에서도 불맛
가지에서도 불맛
생선에서도 불맛

그러고보니 휴게소인데 차도 몇 대 없네요
날씨는 어마무시하게 맑고 깨끗해서 좋습니다

앞으로 3일은 더 타고다녀야 하는 웬수같은 버스
디자인은 자일대우버스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VVIP는 무슨 응 너때문에 허리 나가서 병원 VVIP 되는 줄 알았어

개발이 덜 된 곳이다보니 다른 건 몰라도 깨끗한 환경 하나만큼은 부럽습니다

점심도 먹었겠다 다시 이동합니다.

중간에 사진을 실수로 삭제해버렸는데 창춘이 있는 지린 성에서 연변 조선족 자치주로 넘어가면
(이정표에 둔화가 표시되기 시작할 즈음 부터)
이정표에 한문과 함께 한국어가 병기됩니다.
설명에 의하면 이건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거라 지켜야 하는거라고 하네요. 

어쨌든 달리고 달려서 해가 질때쯤 되어서야 목적지인 얼다오바이허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한식으로 준비된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엘 갔습니다

배추된장국과 흰쌀밥, 김치와 무생채, 오이무침, 콩나물 등등의 한국 가정식을 열심히 준비해서 내왔습니다만
식사는 그냥 각자 덜어먹는 중국식 식사로 하는데

시금치에서 불맛이 납니다
고사리에서 불맛이 납니다
스크램블 에그에서도 불맛이 납니다
콩나물에서도 불맛이 납니다

...어쨌든 허기는 허기였기에 잘 먹고 돌아와서 호텔에서 바로 잤습니다.
아침 7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말이죠.

어쨌든 일어나서 바로 백두산 북파산문으로 향합니다.

아침 이른 시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차가 많습니다?

가이드님을 따라 북파산문 입구로 가는데 이미 바글바글합니다

..............................워메................................

일단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동안 가이드님이 필요한 입장권 발권을 전부 진행하기로 하고 하염없이 대기합니다

대기열 저편에 대기중이던 경찰차

중국 경찰의 복식이 한국 경찰의 그것을 많이 따라갔다더니 그런 모양입니다

한참을 기다려서 앞에 보이는 산문 건물로 들어가보니
예 그냥 아까 그건 시작이었네요
앞에 전광판이 있는데 현재 입장객 숫자를 포함해서 기상상황 등등 백두산 내 상황에 대한 안내가 쭉 나옵니다
가이드님 설명대로라면 천지는 입장객 숫자가 지나치게 많거나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출입 통제를 한다고 하네요.
이날은 오전 입장객이 너무 많아서 이미 오전 입장은 통제된 상황이었습니다(...)

입장권은 이런 식으로 두가지가 있습니다.
공원 입장권과 차량 이용권인데, 입장하면서 오른쪽의 바코드를 스캔해서 알아서 확인하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북파산문의 경우 공원에서 공용하는 대형버스와 미니버스 외에 돈을 더 내면 별도의 차량을 타고 이동이 가능한데

중국제 SUV와 벤츠 스프린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자본주의 옵션이 있습니다(...)

겨우 입구를 빠져나오니 보이는 공안인지 인민해방군인지 모를 친구들
공원 내 주요 관광지 이동은 전부 차량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전부 이 대형버스를 이용하지만 앞에 쓴 자본주의 옵션은 다르구요.

오전 천지 입장이 통제되었기 때문에 저희는 비룡폭포(장백폭포)부터 갑니다.
비룡폭포 정차장에서 내려 2시간여의 자유시간이 주어집니다.
저어어어어어기 끝에 보이는 비룡폭포로 갑니다.
통로는 사람 둘이 지나다닐만큼만 내놨네요

사람도 많지만 곳곳이 공사판입니다
물길 틀고 통로 만들고 산 깎고...

폭포에서 흘러내려와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올라갑니다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너무 맑아서 천지를 볼 확률은 100%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아래로 돌아보니 차를 타고 한참을 와서 그렇지 여기도 까마득하게 높은데가 맞네요
그리고

비룡폭포입니다.
폭포수가 시원시원하게 쏟아지고 있네요.

폭포 오른쪽에 보이는 길은 예전에 1박2일에서 촬영했었던 옛 북파 루트라고 합니다.
원래는 저기로 넘어가는 식이었는데 폐쇄시켰더군요. 진입로도 전부 무너트려서 막았다고.


시원시원합니다.

물도 깨끗하고 좋습니다
(북파산문으로 가는 길 옆에 실제로 농심 백산수 공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풀들도 파릇파릇하니 보기 좋습니다

정차장까지 내려가는 길은 지하삼림(地下森林)을 통해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삼림욕 좋습니다

앞에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든 공사를 해서 길을 내고 있습니다
해냈다 해냈어 두산이 해냈어

아까 올라오던 길에 보였던 온천수가 나오는 지역입니다

몇 군데는 이렇게 막아서 용출되는 온천수를 볼 수 있게끔 해놨습니다.
정차장 근처에서 실제로 이 온천수에 삶은 계란이나 옥수수를 파는데 가격도 싼 편이고 하니 드셔보시는것도.
아 신라면 큰사발도 팝니다(...) 백산수도 팔구요(...)

다시 모였으니 과선교와 소천지가 있는 쪽으로 향합니다.

건담과 마주칠 수 있는 다리였군요

폭포로부터 흘러내린 물이 계속 이어집니다

또 숲속을 들어가서

소천지입니다.
네 그냥 연못입니다.

뭘 보고 천지래...

다시 버스를 타고 녹연담으로 갑니다.
작은 폭포도 있네요

녹연담입니다.
돌아보는 위치나 각도에 따라 물빛이 다양하게 변한다고 하네요.

이때쯤부터 해가 너무 쨍쨍해서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점심을 먹습니다.
녹연담 앞에 있는 식당에서...

제가 백두산 동파로 올라간 게 아닙니다 여긴 중국입니다
냉면이 땡기고 있었습니다만 패키지 관광으로 간 거였죠

준비된 식사는 비빔밥이었습니다만 이게 만악의 근원이 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못했습니다.
식당일을 오래 하신 어머니께서는 '이런데서 만든 음식은 계란 같은 건 조심해야 한다'며 계란은 빼고 먹으라 하셨지만
이미 계란은 제 뱃속으로 들어간 이후였고(...)

귀국하는 그 날 까지 계란을 빼고 드신 어머니만 빼고 다들 장염에 시달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어쨌든 식사를 마치고 조금 쉬고 있는데 가이드님으로부터 천지 오후 입장이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어차피 남은 코스가 천지뿐이라 바로 천지로 향합니다.


공원내에서 운행중인 버스는 주로 안카이(ANKAI)사의 저상버스를 많이 운행중이었는데,
중국 버스들이 원래 그런건지 시트 배치가 사람을 고려 안한 것 마냥 불편하더군요(...)

어쨌든 천지로 올라가는게 우선이니 천지행 버스를 탑승하는 승차장으로 이동합니다.

일단 오전에 올라가서 내려오는 팀들이 다 빠져야 열린다고 하네요.

일단 이 천막 아래에서 대기하다가 보니 승차장 입구가 열립니다.

건너편으로 재빠르게 건너왔더니 어느정도씩 인원을 끊어서 통제하네요.

맑은 날의 천지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데 그게 아니고
3대가 중국인의 인파를 뚫어야 볼 수 있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천지행 버스 탑승장에는 한국사람들은 많이 보던 차가 즐비한데요,
메르세데스-벤츠 MB100, 우리나라에서는 쌍용자동차 이스타나로 익히 알려진 미니버스 차량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여기는 중국이니 중국 현지 업체인 상하이 휘종에서 제작한 MB100 또는 이스타나(伊思坦纳)로 팔리는 모양입니다.
차들마다 붙어있는 뱃지가 다들 다른데, '벤츠 엠블렘+상하이휘종+이스타나', '벤츠 엠블렘+ISTANA'도 많지만
쌍용자동차 엠블렘에 ISTANA 붙은 차도 있더군요(...)

이스타나가 아니면 중국제 미니버스를 타고갈 수 있습니다. 사진 뒤에 보시면 디자인이 다른 차가 있죠.

어쩌다보니 그 디자인이 다른 차를 앞자리에서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MAXUS라는 회사의 V...뭐시기 하는 미니버스인데 시끄럽고 허리아프고 조잡하고 등등 한국사람이 흔히 생각할
중국차의 이미지에 적절히 부합합니다.

어쨌든 차에 탔으니 천문봉 기상대까지 올라갑니다.

15분여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고 나서야

천문봉 기상대에 도착합니다.
이 상황은 북파 등반로에 입장한 직후이고, 그 전까지는
이런 상태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으니 완벽한 날씨에 온 건 맞네요.

등반로에서 올라왔던 쪽을 바라보니 까마득합니다

중간쯤 올라와서 내려와보니 백두산이 이렇게 넓네요

어쨌든 천문봉으로 올라왔습니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천지입니다.
끝내주네요.

좀 더 내려가서 찍어봤습니다.
아래로는 여전히 사람이 많네요.
바람도 적당히 부는데 햇빛이 따갑습니다

슬 내려갈 시간이 됐네요

오후 천지 입장이 통제된 이후에 산문 밖으로 나오니 아침과는 정 반대로 한가로움의 극을 보여주네요.

숙소로 돌아갑니다.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제일 먼저 장염에 걸려서 골골대기 시작했는데,
저녁식사는 외부의 별도 식당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제 상태가 상태인지라 저와 어머니는 숙소에 남아서
혹시나 해서 가져온 약을 먹고 간단하게 빵과 우유로 식사를 때웠습니다(...)
혹시나 해서 한국에서 약을 챙겨오신 어머니 덕에 먼저 대응이 가능한 게 다행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온 가이드님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얼다오바이허에 있는 병원으로 급하게 절 데려갔는데,
건물은 최근에 지은 티가 팍팍 나는데 진료수준은 90년대 한국 보건소 수준인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먹을것에 의한 장염이라며 간단한 약만 처방받았습니다. 진료비는 30위안 수준이더군요.

들어오면서 아무래도 탈수가 제일 걱정돼서 근처 슈퍼마켓 같은 데 가서 이온음료라도 사 가려고 들렸는데
포카리스웨트 같은 건 없고 중국 브랜드의 이온음료밖에 없는지라 그거라도 사들고 들어갑니다(...)
동북3성지역은 몇몇 도시권을 제외하면 소득수준이 낮은지라 한국이나 일본 식음료는 거의 안 판다고 했었죠.
사먹으려고 해도 가격대가 높아서 거의 사는 사람이 없다고...

어쨌든 그렇게 앓다가 자고 다음날 일어납니다.
이번에는 서파로 이동해서 천지를 올라가는 날입니다.

장염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호전된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가이드와 어머니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장염에 걸려있었습니다(...)

일단 여행은 가능하다고들 해서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숙소를 떠나며 출발합니다.

서파산문 입구는 전날 북파만큼 사람이 몰리지는 않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사람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날씨는 여전히 맑고 깨끗했구요.
스님들께서도 백두산을 찾으셨네요.

일단 금강대협곡을 먼저 갑니다.
저는 전날 먼저 약 처방을 받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지라 상대적으로 컨디션은 괜찮았는데
다른 팀에 있는 어린 친구 둘(칭다오에서 유학중이던 20대 초반 친구 하나, 어머니랑 같이 온 20대 중반 친구 하나)이
상당히 앓고 있었습니다(...) 일단 가져온 약을 나눠주긴 했는데 증상만 막는 정도였던 것 같았죠.

북파산문에서도 있었긴 한데 이번엔 토요타 코스터를 타고 공원 내부를 돌았습니다.

화산 분출이 만들어냈다는 독특한 경치라는 금강대협곡을 보러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숲 속을 뚫고 나오자 눈 앞에 계곡이 펼쳐지는데 나무가 울창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돌아보니까 계곡이 눈에 들어오네요
우리나라에서 보던 풍경과는 매우 다른 형태의 계곡입니다

숲이 한창일 여름보다는 봄이나 가을에 와서 보는게 훨씬 잘 보일 것 같네요.

다시 정차장 쪽으로 돌아갑니다.
으윽 배가...

다행인 건 화장실이 있지만 중국 화장실의 두루마리휴지는 왜 비치가 되어 있으면 1/4 분량만 갖다놓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천지로 올라갑니다
서파는 북파에 비해 천지 이외의 볼거리가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네요

한동안을 평지 수준의 길을 달리기만 하더니

북파와 마찬가지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북파보다도 올라가는데 시간이 더 걸리더랬습니다

그렇게 서파 정차장까지 올라와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현수막
서파 지역은 북한과의 국경선이 지나가고 있는 곳인지라 저런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기는 했습니다.

차로 기상대까지 올라와서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 북파와는 다르게
서파는 계단을 걸어올라가서 천지를 만나야 합니다.
높이는 얼마 안 되어보고 계단도 낮은 계단입니다만
생각보다 계단 올라가기가 쉬운 편이 아니었습니다(...)
1442개의 계단을 밟고 900미터를 가야 하는데 계단 여기저기서 지치는 사람이 속출...

어쨌든 올라갑니다.
북파와는 같아보이지만 다른 주변 풍경

꽃도 여기저기 피어있구요

계단을 1/3쯤 올라왔나 싶을때쯤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아까보다 많아졌네요
계단 가운데에 저러고 서 있는 사람은 공원 관리직원입니다(...)
중간쯤 가니 갑자기 지붕이 덮여있고 잠깐 쉴 수 있게끔 되어있습니다
서파 천지에서는 1442개의 계단을 올라가기 부담스럽다면 자본주의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들것과 가마 그 사이의 무언가에 실려서 사람 두 명이 천지까지 갔다 올 수 있습니다(...)
이동중에도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대단하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이 어째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구름도 늘어난 듯.

올라가는 계단에서 오른쪽을 보면 봉우리가 보입니다만 저쪽은 북한 영토입니다.
살면서 북한 영토에 가장 근접해보는 날이네요.

어쨌든 힘겹게 또 천지 앞까지 올라왔습니다.
구름이 점점 몰려오고 있네요.

서파 쪽에서 바라보는 천지입니다.
전날과는 다르게 다소 구름이 낀 날씨이지만 천지가 아예 가려서 안 보이는 날이 더 많다고 하니
정말 시기를 잘 맞춰서 온 것 같습니다.
사진의 왼쪽이 북파(관문봉) 측이고 오른쪽이 북한 영토 지역이고...

1년도 더 늦게 올리는 시점에서 사진 저 편에 보이는 쪽이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 때 갔다던 북한 측 영토입니다.
서파는 앞서 적었던 것처럼 북한과 중국의 국경이 지나가는 국경지역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국경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영토임을 표시하는 위치 안쪽으로는 중국 영토이고

경계비 반대편에는 이 안쪽으로는 북한 영토임을 표기하는 한국어로 된 경계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저희 가족은 살면서 처음으로 북한 영토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행정구역상 양강도 삼지연군/대한민국에서의 구분대로는 함경남도 혜산군 보천면 지역입니다)

산에 걸쳐있는 국경지대의 특성 상 가능한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이 37호 조중경계비 주변 약 100m 가량은 펜스가 쳐져 있어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북한 영토 내에 쳐져 있는 펜스는 천지 주변에 쳐져 있는 펜스와 높이는 같지만 넘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한참을 북한 땅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내려갑니다.
볼 만큼 봤으니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장염크리를 뒤늦게 맞은 다른 분들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었기도 하구요(...)
내려오는 길에서 본 방향은 아직 채 녹지 않은 눈도 남아 있습니다.
마침 내려갈 때가 되니까 점점 구름이 몰려오기도 하네요

그렇게 정차장 앞까지 내려오니까
갑자기 천지로 구름이 몰려가더니 천지로 빨려내려가듯이 들어가는 광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보다 늦게 내려오신 분들 얘기로는 저때부터 천지가 완전히 가려서 안 보였었다고.

천지가 안 보이기 시작하니까 내려가는 버스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정말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렇게 서파산문을 나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마지막 숙소가 있는 장춘으로 돌아가기 위해 백두산을 떠납니다.

서파산문 근처의 관광지구에서 저녁식사.
이정표를 보면 백두산 남파 지역도 있는 모양이더군요.
검색해보니까 한동한 닫혀있었다가 올해 여름쯤에 제한이 풀렸다고 하던데, 상대적으로 북한이 더 가깝고
천지가 더 가깝다고 하네요. 가보고 싶은데 당분간은 엄두도 내기 힘들 듯.

저는 이때까지도 먹은 걸 도로 내놓을까 싶어 이온음료와 백산수만 마시고 있던 상황이어서 주변이나 둘러보고 있었는데,
장염이 좀 더 도지기 시작했는지 다른분들도 식사를 제대로 못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장춘으로 가기는 가야하는데 인원의 대다수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가이드님의 판단으로 근처에서 그나마 규모가 있는 송지앙허(松江河, 송강하)에 있는 병원에 들렸다 가기로 합니다.
저는 증상은 완화된 상황이라 다른 분들만 진찰을 받는 것으로.

그렇게 도착한 병원입니다만
골때리는게 몇 가지 있었는데요

이게 번듯하게 운영되는 일반병원인지 야전병원인지 모를 건물 내 외부의 위생상태와
(다들 화장실 상태 보고 GG치고 나올 정도)

'진찰은 해주는데 병원에 치료에 필요한 약재가 없으니 적어주는대로 근처 약품상에 가서 구입해오면 치료해주겠다'
전무후무한 진료를 보고 중국도 흔하게 알려진 대도시를 벗어나면 아직은 멀었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더군요(...)

그 와중에 병원 주차장에서 발견한 중국형 K3.
앞부분은 K3 KOUP인데 뒷부분은 K3 유로인 혼종이네요(...)

어쨌든 치료도 받았겠다 마지막 숙소가 있는 창춘으로 향합니다.

저녁 7시쯤엔가 송지앙허에서 출발했는데, 당시 기사님 말을 가이드님이 설명해 준 대로라면
중국은 대형버스나 트럭과 같은 상용차의 시내 진입이나 운행이 제한되는 시간이 있는 모양입니다.
예상 도착시각이 11시 전후였는데 최대한 빨리 들어가야 통행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휴게소도 중간에 딱 한번만 들리고 화장실만 이용
...이 아니라 휴게소가 밤이 되니까 화장실 빼고 이용이 안되네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를 딱 한번 겪어봤는데 그게 자정쯤 됐을 때의 거창휴게소(...)

기사님께서 최선을 다해 밟으신 덕에 11시 이전에 창춘에 들어왔습니다.
호텔 숙박비가 비싼 편은 아닌 곳 같았지만
더블베드 2개가 있는 방을 쓰게 됐는데 방이 엄청 넓었습니다(...)

씻고 누워서 TV를 틀었더니 미국대장2동일전사(...)가 나오길래 좀 보다가 잤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니 버스는 이미 대기중이었고 웬 구룡같이 생겨먹은 군용차량도 있었지만
TG가 있더군요. 중국에서는 아제라 이름 달고 팔았던 모양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창춘 룽자 국제공항으로 돌아갑니다.

주차장에서 내려서 공항으로 들어가는데 스포티지R이 누우 2.0을 얹은 채로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항공권 발권도 하고, 출국수속도 문제없이 마치고 가이드 두 분은 연길로 기차타고 돌아가고
이제 탑승장에서 비행기 출발만 기다립니다.


마시면 인간이기를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은 현지 카페와

작은 면세점 하나만 덜렁 있는 탑승장에서 대기하다가

비행기를 탑니다.

아무리 아시아나라고 해도 메이드 인 차이나는 좀 버거운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시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신기하게도 장염은 귀국 다음날 별 것 없이 나았다는 게 개그라면 개그(...)

가기 전 까지 제대로 볼 확률이 높지 않다고 하는 글들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걱정이 좀 있었는데
막상 가서 두 번 올라서 두 번 다 멀쩡하게 천지도 보고 백두산도 즐기고 온 여행이었네요.



1 2 3 4 5 6 7 8 9 10 다음